평소 가족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차에 겨울산행은
대관령 선자령이 제격이라 하여 아내와 아들, 나, 셋이 토요일 일찍 집을 나섰다.
이게 얼마 만에 여행길인가.? 갑자기 그간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가기 전날부터 우리는 여행의 들뜬 기분으로 잠을 설쳤다.
배낭,등산복이며 모자,장갑,아이젠을 준비하고 가면서 먹을 간식도 꼼꼼히 챙겼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은 즐거운 일이다.
영동고속도로을 타고 강릉방향으로 승용차를 타고 달렸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겨울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멋지다. 지난 겨우내 내린 눈이 채 녹지 않고 산 여기저기를 하얗게 수놓고 있다.
호법에서 여주분기점까지 차는 조금 막혔지만 우리는
개이치않고 여행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문막휴게소에 들러 시장한 배를 맛있는 우동으로 채우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우리가 살아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수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휴게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복잡한 시장통을 연상케 했다.
우리는 우동을 먹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강릉으로
향했다. 다시 횡성휴게소에 들러 아까 못마신 커피를 뽑아 마셨다.
횡성휴게소에서 대관령까지는 강원도의 정취가 제대로
묻어났다. 山河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장관이었다.
대관령 옛길 휴게소에 당도하니 그곳 역시 수많은 관광버스와
차량들로 휴게소가 넘쳐났다.
우리는 겨우 빈곳을 찾아 차를 주차시키고 선자령을 향하는
일행들과 섞여 본격적인 산행을 하였다.
선자령까지 5.8km, 완만한 눈길을 두어 시간 남짓
걸으니 “백두대간 선자령” 돌비석 아래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선자령 방문 인증샷을 마치고 오던 길을
돌아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휴게소에는 산행으로 허기진 우리를 옥수수며 감자떡이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우리를 유혹하였다.
아내는 어느 샌가 그것을 사가지고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출발 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 놓았던
대관령황토펜션 향했다.
대관령 옛길을 따라 차를 타고 10여분 강릉방향으로
내려가니 두 번째 목적지, 대관령황토펜션 이정표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 잠시 구불구불 올라가니 아담한 황토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찻소리를 듣고 나온 펜션 주인아저씨가 먼 길에 오시느라
고생했다며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아저씨는 우리를 여러 개의 황토방 중에서 “금낭화”방으로
안내했다.
우선은 방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금낭화라? 방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은 쾌 넓고
아늑했다. 천정은 여러 개의 통나무 서까래가 빗살형태 원형으로 지붕을 떠받치고 벽면은 온통 황토와 통나무로 바닥 역시 황토바닥으로 윤기가 번지르
났다.
짐을 내려놓고 우리 가족은 각자 큰대자로 누었다.
무엇을 땠는지, 바닥은 쩔쩔 끓고 있었다. 그곳 황토바닥에
잠시 누워있자니 산행에서 비롯된 피로가 모두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특히, 아내는 평소 찌뿌둥하던 허리를 방바닥에 대고 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단다.
저녁때가 되어 무었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그래도
바닷가에 와서 회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아들이 거든다.
우리가족은 주인아저씨가 소개로 주문진해변의 한 회집에서
복어회와 물회를 시켜 먹었다. 감칠 맛이였다.
횟집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바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는 회와 소주 맛을 더욱 당기게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주문진 포구에서 대게와 문어 몇 마리를 사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삶아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우리가족과 주인집 내외와 두 아들과 우리 식구는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다음날,
황토 집은 우리를 늦도록 자게 했다. 밤새 뜨끈한 방바닥은
평소 부지런한 나를 한없이 게으르게 만들었다.
주인아주머니의 인기척에 깼는데, 아침에 초당순두부를
사왔다고 내미신다. 월래 펜션은 다 이렇게 친절한가? 아니면 우리에게만 특별 서비스를 한 건가?
에라 모르겠다. 내가 인상이 좋아 그려러니 했다.
심산유곡, 대관령 황토 집에서 하룻밤은 도심에서 쌓인
피로를 모두 몰고 갔다.
너무나 상쾌한 아침을 맞은 것이다. 신선들은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와 같은 기분이 아니겠는가,
주인아저씨에 의하면 황토 집은 본인이 직접 수개월에 걸쳐
지은 집이란다. 그러다보니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음은 물론 재료하나 하나에 많은 신경을 썼단다.
방안에 비치된 침구와 화장실도
청결하였다.
우리는 주인집 내외와 다음을 기약하며 갈 길을 재촉했다.
마음씨 좋고 친절한 두 분 오랫동안 서서 손을 흔들며 작별을 하신다.
대관령을 넘자 횡계부터 눈발이 날린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동네 아낙들에게 다녀온 여행길,
황토펜션에서 지냈던 일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결국, 남편자랑인 것을 내 모를 리
없다.
어서 두 번째 가족여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대관령황토펜션 사장님 감사합니다.
- 2013년 2월
분당에서 운좋은 남자가 -